차량이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와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 통신사도 차량용 게임 플랫폼을 준비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대형화와 클라우드 서비스, 전기차 보급 등이 맞물리면서 차량 내 게임 시장이 각광 받을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온다.
통신사가 게임 시장에 뛰어든 데엔 차량 제조사가 달라도 호환이 되는 콘텐츠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완성차 업체별로 운용하는 방식이여서 다른 브랜드 간 게임 연동이 어렵다. LG유플러스는 구독형 플랫폼을 웹 포털로 구축해 별도 장비를 구축하지 않고서도 게임 연동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PC 게임 유통 시장을 ‘스팀’이 평정했듯 범용 플랫폼이 차량용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란 게 이 통신사의 설명이다. 스팀은 미국 밸브가 2003년 출시한 게임 플랫폼으로 월간활성이용자 수(MAU)가 1억2000만명에 달한다.
BMW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차량 탑승객 2인이 함께 즐기는 레이싱 게임을 소개했다. 소니도 이 행사에서 2025년 말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하며 게임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소니는 이 차량에서 플레스테이션 게임을 지원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현대자동차, 폴스타, BYD 등에 공급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이 게임 시장 형성엔 디스플레이 대형화 흐름이 맞물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 중 10인치 이상 제품의 비중은 2021년 28.3% 수준이지만 2025년엔 53.7%로 과반을 넘길 전망이다. 스크린 크기가 스마트폰보다 커지면 기존 모바일 게임보다 복잡한 게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가능해진다.
4D 게임에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자동차의 매력이다. 4D 게임은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 후각 등을 활용한 몰입형 게임을 뜻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활용하면 게임 상황에 맞춰 시트에 진동을 주거나 안전 벨트를 조이는 등 다양한 촉각 자극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지난해 발간한 이 시장 보고서에서 “환기 노즐이나 조향 장치로 후각 자극도 줄 수 있다”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활용하면 고사양 게임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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